“주오남 역 이후에 또 은퇴설이 돌 줄 몰랐어요. 저의 연기 철학이 통한 것 같아 기분 좋죠.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저 인물은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믿음을 주는 게 제 연기 철학이에요.”작품만 했다 하면 ‘은퇴설’이 생기는 배우가 있다. 안재홍은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한 듯한 연기로 ‘이게 실제인지 연기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넷플릭스 ‘마스크걸’에서 집착하는 오타쿠 주오남 역을 충실히 연기해 저 역할을 끝으로 은퇴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떠돈데 이어 티빙 ‘LTNS’에서 맡은 사무엘 역으로 또 한 번 은퇴설이 우스갯소리로 돌았다. 안재홍은 이 같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저의 연기를 좋아해 주시니 그저 감사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안재홍이 또 한 번 변신에 성공한 ‘LTNS’는 짠한 현실에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 우진(이솜)과 사무엘이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으며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불륜 추적 활극이다. 안재홍은 명문대 출신이지만 사업 실패 후 택시를 몰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사무엘을 연기했다. 집안에서는 아내 눈치에 밥도 제대로 못 먹지만 택시를 몰 때만큼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캐릭터를 안재홍 표 생활 연기로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안재홍은 “작품마다 톤앤매너를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작 ‘마스크걸’은 장르성이 짙은 이야기였지만 이마저도 현실성을 부여하려 노력했다”며 “‘LTNS’속 사무엘은 한량 중 한량이라고 정의했다. 우진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성공했지만 마음 한편엔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솜과 뜨거운 스킨십도 화제였다. 드라마 초반 집 앞에서 당당하게 키스를 나누고, 바지를 내리는 등 다소 과하다 싶은 장면들도 코믹스럽게 승화했다. 안재홍은 이솜과 호흡에 대해 “전쟁에 나가는 것처럼 촬영했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안재홍과 이솜은 ‘LTNS’가 무려 세번째 호흡이다. 영화 ‘소공녀’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에서는 애절한 커플을 연기했다면 이번엔 티격태격 현실 부부로 만났다. “‘소공녀’에서는 애틋한 연인이었다면 ‘LTNS’에서는 설렘부터 경멸까지 다양한 감정을 연기했죠. 정말 신선했어요.” 안재홍은 “이솜과 이번에 3번째 호흡이지만 오히려 몰랐던 부분을 알아간 기분”이라면서 “다음에는 남매로 만나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마스크걸’ 주오남부터 영화 ‘리바운드’의 농구부 신임 코치 강양현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안재홍. 올해로 데뷔 15주년이 되는 그에게 ‘연기’란 짜릿함이다.“2013년 장편 영화 ‘1999, 면회’가 저에게 첫 주연작이자 데뷔작이었어요. 이 작품이 제가 지금까지 통틀어서 가장 많이 본 영화일 거예요. 처음 개봉하고 스크린 속 제 얼굴을 볼 때 벅찬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잘 남아있어요. 그 짜릿한 맛이 연기의 묘미 아닐까요? (웃음)” 안재홍은 연기뿐 아니라 연출도 직접 한다. 그가 연출하고 출연까지 한 단편영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는 특별한 것 없는 짧은 이야기 안에 소소한 웃음과 깊은 공감, 잔잔한 여운까지 모두 담아내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안재홍은 연출자로서의 경험이 연기할 때 도움이 된 적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무조건 그런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연기할 때 연출자처럼 이성적으로 장면을 이해할 때보다 오히려 그 장면이 어떻게 사용될 줄 모르고 감정으로만 장면을 꽉꽉 채울 때 더 풍성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면서 “현재 연출자로서의 차기작 계획은 없지만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고 말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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