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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것'은 '믿음'을 해체하는 지적 작업이다


[서울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우리가 ‘본다’는 것과 '느낌'의  의미를 성찰해 볼 수 있는 전시 ‘지각의 통로(Passages of perception)’가 7월 28일까지 모란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에 참가한 김승영, 박선기, 이창원, 임선이 작가는 ‘아는 만큼 보인다’, 또는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다’라는 전통적인 보는 방법을 전복, 해체하는 작업을 주력해 왔다. 전시의 핵심 개념이자 주제인 ‘지각’은 인간이나 동물이 눈, 귀, 코, 피부, 혀 등의 감각기관을 동원하여 외부세계로부터 수신한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지각은 보고, 듣고, 만지는 행위를 통해 대상을 느끼고 이해하는 신체 반응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그리고 개인의 경험과 문화적 배경, 신체적 특성 및 감각의 상태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 따라서 지각은 몸에 내재된 의식과 감각, 새겨진 경험들을 통해 대상을 ‘막연히 보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통찰하는 행위’이다. 보는것과 느낌의 일치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있는 것이다.  김승영 '마인드' 김승영 '마인드' 김승영 작가는 미술관 뒷마당을 지나 한옥으로 지어진 옛 백련사 대웅전에 작품 ‘Mind’를 설치했다. 작가는 부처님 마음 안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와 반대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겉에서는 조용하지만 안에서는 회오리 치는 인간의 마음을 설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작품 가까이 다가가면 원형의 스테인레스 스틸 안쪽에 교반기를 설치하여 물이 내부 원점을 향해 끝임없이 소용돌이치며 끌려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정 등 외부모습과 더불어 감상자이 모습이 거울처럼 비춰져 마치 자신의 마음 속 회오리를 보는 듯하다. 김승영의 또다른 작품인 ‘남극 인상’은 작가가 지난 12월 남극에 방문했을 때 빙산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 덩어리가 포크레인에 들려 세종기지 마당에 놓여진 것을 보고 받은 인상을 작품화한 영상 작품이다. 남극의 얼음은 눈이 쌓이면서 무게에 눌려 만들어지는데 여름이 되면 수 천, 수 만년 전 공기를 담고 있는 얼음 안 기포가 터져 음악과 같은 소리를 낸다고 한다. 김승영 작가는 일상의 경험이나 관찰을 통해, 혹은 자연을 관조하면서 얻은 삶에 대한 성찰을 재료와 매체,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해왔다. 그는 주로 삶과 죽음, 관계, 기억, 흔적, 소통 등과 관련된 감정을 주제로 다룬다. 일상에서 발견되는 자연재료와 인공재료를 함께 사용하고, 빛, 색, 향, 소리로 공간을 채우는 방식을 통해 몸의 감각 확장을 이끌어 익숙한 듯 낯선 새로운 지각경험을 선사하며 공감을 자아낸다. 그의 작업은 가시세계 너머에 있는 진실된 삶의 모습이나 내면 세계를 맞닥뜨리게 하는 통로가 된다. 이창원 작가의 ‘두 도시’는 서울과 평양을 대표하는 풍경 사진을 음화로 만든 뒤, 조명을 비추면 원형 거울에 두 도시의 이미지가 벽에 반사되어 나타나도록 제작됐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가까이하기 어려운 분단된 두 도시가 작품 안에서는 마치 이어진 듯 하나의 풍경처럼 벽면에 절묘하게 병치되며 관람객을 또 하나의 사색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이창원 작가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보는 것’에 대한 우리의 시각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다. 그는 빛과 그림자의 강한 대비만큼이나 대조적인 리얼리티와 이미지의 간극을 드러내 왜곡되고 은폐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그의 작품에 걸어진 지각의 덫을 통해서 본다는 것의 의미를 재고해보게 된다. 임선이 'Trifocal Sight' 임선이 'Trifocal Sight' 임선이 작가는 서울의 대표적인 산인 인왕산과 남산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전시한다. ‘기술하는 풍경’은 인왕산의 지형도 수천 장을 등고선을 따라 오려낸 후 층층이 쌓아 올려 거대한 협곡처럼 움푹 파인 모형을 만들고 이 모형을 따라 카메라로 근경, 중경, 원경으로 동시에 담아내어 사진을 확대 프린트한 작품이다. 임선이 작가는 주체의 시선 너머에 시대의 눈이 개입하고 있다는 전제를 두고 자연을 인식하는 방법을 탐구하며 인간의 시지각 문제를 다룬다. 레이어로 층층이 쌓인 인왕산, 남산의 풍경은 자연을 데이터화하여 다루는 현대사회의 관점을 (작가를 관통해서) 체화된 시선으로 보여준다. 각각 네거티브와 포지티브로 제시된 산의 레이어 색상은 신경질적인 현대인의 시선은 붉은 색으로, 무감각해진 현대인의 감정은 푸른색으로 처리했다. 박선기 '조합체' 박선기 '조합체' 박선기 작가의 ‘조합체’는 나일론 실로 숯을 메달아 만든 작품이다. 작가에게 숯은 '자연'을 상징하는 소재로 인간이 생활하는 건축물에 숯을 매단다는 것은 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의미하고 있다. 숯과 같은 재료들은 홀로 존재했을 때와 달리 한 공간에 집약되었을 때 거대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가까이서 보는 것과 멀리 떨어져서 보는 것, 눈으로 보았을 때와 사진으로 담았을 때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관점과 시선에 따라 지각하는 대상이 바뀐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낚시줄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숯은 마치 3차원의 수묵화와도 같다. 박선기 작가는 조각과 설치 작업을 위주로 시지각에 대한 문제를 다루어 왔다. 그가 다루는 시지각의 문제는 작은 개체들이 배열된 집합을 하나의 완전한 덩어리로 지각하는 ‘게슈탈트(Gestalt)’를 바탕으로 우리의 눈이 인지적인 능력과 함께 ‘관념’으로 대상을 본다는 것이다. 시점 이동에 따라 형태가 다르게 지각되는 그의 작업은 ‘공간 속의 공간’을 경험하게 하고, 감정이나 논리가 아니라 신체로 경험하는 순수지각의 세계로 진입하게 하는 문지방이다. 전시감독을 맡은 최태만(국민대학교 교수, 미술평론가)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아는 만큼만 본다’는 것으로 축소될 수 있으며 ‘보는 것이 믿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은 그 믿음을 밑바닥에서부터 해체하는 지적 작업’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전시를 본다는 것은 작품이 걸어놓은 매력적인 마술의 덫에 사로잡히기 위해 지각의 문지방을 넘어서는 행위이자 그곳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로를 걸어 나오는 행위이기도 하며, 그 통로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 있다는 얘기다. 모란미술관 이연수 관장은 “조각의 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장르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작가들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생각들을 엿 볼 수 있는 기회”라며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이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작가들이 세워놓은 ‘지각의 통로’로 입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에는 4명 작가의 조각, 설치작품, 드로잉 등 30여 점이 출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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